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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지 다혈질이다.
나 스스로 느낄만큼.
순간 신났다가 순간 우울했다가, 순간 괜찮아지고...
다행이,
신나고 들떠있을 때가 더 많다.
나는 나를 참 좋아한다.
재작년부터였는지...
출근하면서 3센치 구두도 힘들어하던 내가
슬슬 힐에 맛들이면서,
모든 정장 구두를 9센치 이상으로 바꿨다.
쫄바지에 힐에 신나려고 할 무렵
임신으로
널널한 의상에 굽없는 신발로 대체하게 됬다.
그 한이 깊었는지,
직장에 복귀하면서 정장도 딱떨어지는 걸로 집착하게 되고
휴일에도 넓은 청바지는 별로 입고싶지 않아한다.
단 문제점은
12개월을 굽없이 다니다가
9센치 힐에 적응하려니
관절마디마디가 아프고
발이 부셔질 것 같다.
사윤이를 안고 9센치 힐로 조심스럽게 내디디며 퇴근하던 시간을 2주째 하고 나니
굽이 낮은 걸로 신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속깊이 느끼게 됬다.
지하상가로 일단 신발사러 간다.
5센치를 즈려밟고 9센치에 적응할 그날을 기대하면서.
전화가 무지하게 들어온다.
나의 쇼핑 참모가 있다.
그야말로 나의 지름신에 불붙여주는 존재다.
내가 늘 고마워하고 있다.
오늘은 그냥 혼자 내려왔는데,
도무지 불안해서 혼자 못보내겠다며 따라 왔다.
역시나,
쇼핑은 번개처럼 끝났고,
나는 5센치 편안하고 귀여운 구두를 가지게 됬다.
나는 뭘 사더라도
선택사항이 너무 많으면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동대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들어가서 10분만에 졸수 있다.
적당한 품목이 있고
가격이 적당한 가게 하나면,
거기에서 모든 것을 번개처럼 끝낸다.
혜영씨도 그런 스타일인가보다.
수다몇마디 오가는 사이에 귀여운 내 구두와 함께
자리로 복귀했다.
신발가게아저씨가,
B형이시죠,
한다.
아니요, 왜요?
반항이 무지 심해서요...^^
사무실에서 나름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뭘 하나 던져받으면 이틀정도 보고 보고서 하나 쓰고,
일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직전의 양상이다.
내가 너무 오래 쉬어서인지,
이번 폭풍전야는...너무 길다.
덕분에 못했던 공부도 하고
블로그에 수다를 떨 정신상태를 갖추기 위한 준비도 한다.
그리고,
발이 편한 구두도 고른다.
유난히 봄다운 날이다.
너무 졸린 오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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