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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소설] 꿈 인트로편
    취미생활 2017. 5. 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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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큐브에서 나올법한 사면 순백과 디지털의 방이다. 큰 모니터가 중앙에 있고, 무대처럼 살짝 한 계단 올라간 역시 순백의 바닥이 모니터 앞에 서너평 남짓하게 있다.

      우리 두 아이는 분주하다. 모니터 앞 바닥에서 팔짝 팔짝 뛰면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있다. 둘은 지난번에 보다 만 모아나공주를 마저 보기로 합의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모니터 앞에 두고 손잡고 둘러보기로 한다.

      여기는 어디고 왜 여기에 와 있는 건가.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조차 않는다.

      커다란 쇼핑몰 같은 건물이다. 도처에 순백의 상상 속 공간들이다. 우리는 여기에 와 봤고 여기에 대하여 뭔가 알고 있다. 우리를 여기로 안내한 박사님이 나타났다. 손녀 라며 귀여운 고등학생을 소개한다. 머리를 한껏 위로 올려 묶은, 자그마한 얼굴에 적당한 동그란 눈이 반짝이는 그런 소녀다. 남편과 손잡고 여기 저기 걸어 다니다가, 쇼핑몰에서 회사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넓은 현관문 같은데서 사람 두어명이 드나드는 모습을 본다.

      여기에 사람이 다 다니네…”

      그러게, 신기하네…”

      우리는 여기에 대하여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영화의 2탄 같은 느낌이다. 분명 이 곳에서 1탄이 있었다. 그렇게 유쾌하지 않고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 같다.

      지나간 두 사람은 우리를 못 본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무표정하게 갈 길만 간다.

      거기 현관문이 있는 곳이 건물의 2층이었고, 2층에서 1층을 내려다 보면, 호텔로비처럼 3층인가 4층까지 뻥 뚤려 있는 천정을 가진 1층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너무너무 긴 두개의 생산라인 같은 것이 깨끗하게 정렬되어 있는 모습이고, 역시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백화점 1층의 비어있는 모습인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3층으로 올라 갔다. 우리가 있었던 곳은 분명 2층이었나 보다.

      아주머니 두 명이 서둘러서 어디로 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 또 사람이 있네. “

      그러게, 이상하네. “

      그런데 저 아주머니들 뭔가 이상하지 않아? “

      핑크색 티셔츠에 편한 바지 차림을 한신 모습이 유니폼으로 보였고 이 동내에 상당히 익숙한 걸로 봐서는 여기 어디 매장에서 일하시거나 건물 관리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 중 키가 크고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그 분은 분명 어딘가에서 봤었던 분이다.

     

      3층은 백화점의 외곽 끝 쪽에 입점하여 있는 매장들처럼, 복도가 라운드로 쭉 이어진 곳이었다. 외곽 쪽 매장, ck이너웨어 등을 제외하고 우리가 걷고 있는 복도에서의 반대쪽은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긴 하얀색 백색가전의 알루미늄 소재의 벽일 뿐이었다.

     

      우리는 더 올라가보지 않고 아이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돌아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나란히 앉아 모아나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 방에 원래 이런 거울이 있었던가. 방 한 면이 전부 거울이었는데 거울의 기울기가 다 달랐다. 얼굴이 마구 왜곡 되던 와중에 한 곳에 특별히 확대되어 보이는 곳이 있었다. 세상에, 나의 오른쪽 볼 전체에 빨간 큰 흉터가 있었다. 시멘트 바닥에 슬라이딩을 해야만 생길 법한 빨간 흉터였다. 계속 시경이 쓰여 계속 들여다 보았다. 남편한데 물어봤다. 나 얼굴 괜찮아? 남편은, 응 괜찮아. 하고 만다.

      우리 애들이 잘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다시 나왔다.

      그 아이들을 우리를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나와서 우리는 다시 그 박사님과 손녀를 만났다.

      우리를 급히 어떤 상황실 같은 데로 데려간다. 고요하지만 평요롭지는 않는 이 느낌은 제대로 된 느낌 이었나 보다.

      CCTV속에서 핑크색 티셔츠의 두 아주머니가 등장하였다. 그들은 자기들 팔에 무언가를 주사하고 있다.

      건물은 사람이 없어야 할 것 같은 기억과 사람들이 어딘가에 많이 있을 꺼라는 불안감을 동시에 나에게 주었다.

      나는 갑자기 심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사람들을 다 데리고 다시 아이들에게로 미친듯이 뛰어 갔다.

      그 방의 거울에 또 다시 나의 심하게 긁힌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빨간 색이 아니었다. 살색 흉터가 한없이 확대되어 보이니 그 틈에 모래같은 것인지, 벌레 같은 것이 보였다. 구역질이 났다.

      남편, 나 얼굴 괜찮아? ”

      , 괜찮아. “

     

      아이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세상에, 내 얼굴 확인하느라 아이들이 없어졌다는 것을 이제야 봤다.

     

     

    인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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