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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소설] 꿈 2편
    취미생활 2017. 5. 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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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백의 방

     

      롤업한 와이셔츠의 팔이 자꾸 흘러내린다. 포기하고 미친 듯이 건물 속을 헤집고 다닌다. 얘들아, 어디 있는 거니.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럴 것이다. 아무튼 나는 혼자가 되었고, 굳히 잠겨 있는 2층 회사같은 곳의 출입구를 빼고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아이들은 없다. 3층에 올라갔다. 그 두 아줌마도 눈에 안 뜨인다. 건물은 여전히 고요하고 귀를 기울이고 들어도 아이들 목소리도 걸음 소리도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냥 화장실에 갔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 그럴 꺼야.

      나는 부랴부랴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와 다시 2층의 모니터 방에 돌아갔다.

      애들이 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등을 나란히 하고 모니터 앞에 있다. 모아나가 끝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래, 얘네들 모아나를 보고 있었지.

      눈물이 났다. 뭐가 이렇게 불안하고 뭐가 이렇게 두려운 걸까.

      아이들은 모아나 2탄을 봐야 한다고 해맑게 얘기하면서 바닥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모아나 2탄이 나온 적이 있었나

     

      볼록랜즈 같은 거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얼굴의 긁힌 흔적은 여전하다. 다들 어디에 간 걸까. 흩어져서 아이들을 찾다 보니 뿔뿔이 찢어져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나는 모니터 방 밖에 나와 난간에 몸을 걸치고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온 걸까.

      퇴근시간인가.

      사람들이 두 줄로 나란히 서서 두 생산라인 같기도 하고 매장 부스 같기도 한 그 것들 옆으로 쭉쭉 1층 입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얼빠진 사람들 같았다. 손등에 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위를 올려다 봤다. 뭘까. 뛰어다니느라 느슨해진 머리 묶음 사이로 땀방울이 떨어진 건가? 여기 에어컨은 충분한데, 그 정도는 아닐 탠데. 너무 긴장 했었나 보다. 그런 것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도 똑같이 얼빠진 사람처럼 물끄러미 아래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이들 옆에 돌아가 앉았다.

      이런 낯선 곳에서 너희들만 절대 두지 않을 꺼야.

      나를 꼭 닮은 두 자매다.

      다섯살 짜리 둘째가, “그런데, 엄마는 왜 아빠 옷을 입고 있는 거야? “한다. 이제야 정신이 들어 내가 뭘 입고 있는지 내려다 봤다. 편한 레깅스에 남편 흰 와이셔츠를 쭈글쭈글한 소매를 축 늘어뜨린 채 입고 있었다. 아이가 궁금할 만도 하다. 머리를 감지 않으면 동내 마트도 가지 않는 나다.

      그래도 예쁘지? “

      그럼, 엄마가 젤 예쁘지. “

      나는 둘째를 꼭 안아줬다. 언니와 달리 토실토실한 애교쟁이 둘째는 안아주면 쏙 들어와서 두 손 힘껏 엄마를 껴안아 준다. 내 몸인 것처럼 몸에 걸려있던 미내백에서 머리끈을 꺼내서 둘째의 머리를 곱게 따줬다. 문뜩 생각이 나서, “라라야, 엄마 얼굴 어때? 이상하지 않아? “라고 물어봤다. 언니 사샤가 언뜻 돌아보더니, “아니, 예쁜데, ? “라고 한다. 저 거울이 이상한건가.

      그런데 모아나 2가 나왔었나? “

      사샤가 그런다.

      그 때 비행기에서 우리 한번 봤잖아. 기억 안나? “

      그랬었나…”

      나는 두 아이 옆에 무릎을 안고 앉아 오른 어깨를 벽에 기댔다. 우리 아이들이 잘 있다. 건물은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는 소리 하나 없이 여전히 고요하다.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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