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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육의 여정
    일상다반사 2024. 1. 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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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가 9살때였나, 여러 가족이 모임을 하고 있을 때였다. 8살 여자애가 자기 엄마에게 틱틱거리는 것을 보더니 첫째가 몰래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엄마, 쟤는 엄마한데 왜 저렇게 행동해? “ 나는 조용히 답변했다.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와 너와 나 같은 것은 아니야. 저런 관계도 있는 거야. “ 첫째는 일단 알았다고 하고 가서 놀았다.

    그러다가 그 다음 모임 때, 8살 여자애가 자기 엄마한데 오더니, 사랑해, 하며 꼭 안아준다. 모두가 어리둥절 했었는데, 우리 첫째가 나중에 알려줬다. 우리 첫째가 그 아이에게, “너가 평소에 엄마랑 어떻게 지내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엄마에게 예의 없는 행동을 하면 언니는 너랑 놀지 않을 꺼야. “ 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곧 잘 정색한다. 우리 애도 곧 잘 정색한다. 보고 배운 건가 보다.

    아이를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운전면허처럼 결혼을 위하여 육아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수료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다. 출산계획이 없다고 할지라도 가정을 이룬 진짜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산 백과사전에서 훈육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식의 습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교수(敎授)에 대응하는 말로서지육(知育)에 대한 덕육(德育)에 해당하며, ‘예의 범절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동을 훈육시키는 데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상과 벌이지만, 최근에는 대화나 상담을 통한 심리적 교육의 절차나 원리를 적용하려는 경향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나는 애가 어릴 때부터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주관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려줬다.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 되면, 아이들은 늘 인내하지 못하고 떠들고 움직이게 되어 있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행동하는 것을 엄마는 몹시 싫어한다고 알려주고 적당히 자제를 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빨리 식사를 하고 그 자리에서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아이들에게도 참고 조용히 오래 있는 것은 그만큼 고역이니까.

    한 때 나는 여느 엄마들처럼 내가 희망하는 아이의 행동과 모습에 구체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칭찬을 한 적이 있다. 문뜩 나는 칭찬이라는 방법으로 아이에게 강요라는 것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제하기로 했다.

    나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나이에, 그 입장에서 내가 알고 있는 한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어휘로 하는 말들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내가 알고 있는 한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로 말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 뽀로로부터 꼬마버스 타요등 애니메이션들을 늘 함께 봤다. 이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어휘와 기분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하니까. 지금도 틈만 나면 붙어서 수다를 떨고 그의 세상이 돌아가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나는 쭉 워킹맘이였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등하교를 하고 방과후를 스스로 선택하고 신청하며 뽑기까지 스스로 참여했다. 지금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내에서 아이들의 인맥을 당해낼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우리 막내가 부모님을 잃어버린 5살 어린이를 동내에서 발견하고 동내 소아과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동내 소아과는 동내 아이들의 사랑방으로 아이 이름만 대도 부모님의 연락처가 나오는 곳이라 무탈하게 부모님을 찾아 줬다고 한다.

    나는 첫째에게 늘 반성을 한다. 너도 중학생이 처음이겠지만 엄마도 중학생 학부모가 처음이고 모든 경험 없는 첫번째를 너와 하면서 늘 서툴고 부족하고 경솔했던 것 같다고. 나는 사춘기여야 할 시기에 부모님과 떨어져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살았던 턱에 사춘기라는 것을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불안했다. 내 아이의 사춘기를 과연 내가 이해하고 함께 겪을 힘이 있을까. 막상 지금 한창 겪고 있지만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의 사춘기는 엄마와 충분히 대화하고 놀면서 함께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킨 적이 없고 학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매너를 요구하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일에 책임감을 가질 것을 요구하며 엄마는 무책임하고 멍청한 사람을 싫어한다고 늘 이야기 한다.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친구들이나 어른들에게조차도 배려와 양보를 적당히 잘 하며 스스로 어떻게 신나게 놀 것인지를 잘 계획하고 의지 표시를 정확하게 한다.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하여 나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할 힘이 있으며 소통을 할 지혜를 가지고 있고 배려와 인내를 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길에 어려움도 기회도 유혹도 행복도 만나게 되겠지만 잘 누리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아이에게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좋은 동거인이자 좋은 친구로 함께 맞춰나가면서 자신을 잘 사는 법을 늘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한다. 우리의 훈육의 길이 나날이 순탄한 것도 아니고 여느 친구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이 여정은 나의 결심과 아무 상관 없이 시작되었고 흘러가고 있다. 재미있는 일화들을 시간이 나는 대로 우리의 여정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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