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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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선생님 - 나의 고딩 시절의 거의 모든 것일상다반사 2017. 7. 14. 16:55
요즘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한다. 진짜 궁금한 것, 진짜 일에 필요한 것들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밤 늦게 까지 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지금의 반만 했어도, 박형수선생님은 아마 나를 예뻐서 업고 다니지 않으셨을까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 한지도 만 15년이 되었고, 박형수선생님을 담임으로 알고 지내게 된지도 만 18년이다. 내가 졸업할 때, 선생님께서 “내 30대 흰머리에 반은 너 때문에 생긴 거야”라고 하실 만큼, 나는 말썽을 피웠었나 보다. 선생님과의 첫만남은, 내가 개학 전날에 언니랑 동내 시장에서 왼손에 아이스크림 오른손에 꼬치의 자세로 돌아다닐 때였다. 그냥, 우리 학교 선생님이네, 라고 생각하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지나갔었다. 개학 날 학교를 갔는데, 어제 어정쩡한 자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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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엄마와 나, 그리고 자라는 아이들일상다반사 2017. 5. 4. 11:37
싱가포르에 매년 온다. 엄마를 보러.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면서 나도 매년 사진을 찍는다. 유난히 올해는 조명빨 각도빨을 받아도 예쁜 사진이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순간, 내가 나이 먹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입버릇처럼, 고운 할머니로 늙어 갈 꺼라고 이야기 하고 다녔지만, 정작 나는 교만하게도 단 한번도 내가 늙어가는 모습, 피부가 쳐지고 체력이 빠지고 주름이 지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나 보다. 팔순 되가는 할머니가 나와 아빠에게 엄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두돌짜리 사윤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 적이 있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늙는거 싫어!”하면서. 막상, 나는 이런 감정을 이제서야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받아들여 지지 않는 것 같다. 성숙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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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 – 내 이해 속의 중국일상다반사 2017. 4. 23. 20:03
대학 때 중국 국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크루서블(The Crucible, 薩勒姆的女巫)을 보면서, 아마도, 이것이 문화대혁명이었을 꺼야,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마녀라고 적발하지 않으면, 내가 마녀라고 잡혀버리는 그런 세상. 그 중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명대사가 있었다. “上帝啊,你死了吗?” “하느님이여, 당신은 죽었는가? “ 내가 겪어보지 못한 문화대혁명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는 10년의 시간이, 드라마나 소설을 통하여 크게 부각되었던 세가지 모습이 있다. 첫째, 도시청년들의 농촌 생산활동 체험을 위한 무작정 농촌 투입; 두번째, 학교의 대 반란. 학생이 선생님 목에 비판 팻말을 걸고, 유교사상을 숙청하기 위한 사상해방운동을 표방하여 선생님들에게 들이대는 무차별 공격과 횡포;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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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일상다반사 2017. 4. 2. 19:26
나랑 똑같은 딸을 낳아 손잡고 여행 다니고 수다 떨고 싸우고 삐치고, 이런 상상을 오랜 시간 해왔다. 시댁에 첨 인사 갔을 때, 큰 아주버님의 큰 딸이 또래라, 그 방에 숨어서 즐겁고 조용한 3일을 잘 보내고 왔다. 그 때 그 조카는 대학생이었고 당연히 나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잘 챙겨줬다. 아무 준비 없이 간 나에게 자기 홈웨어를 빌려주고 말동무도 해주면서 말이다. 그 때 막내삼촌 여자친구 구경하느라 온 가족이 모여들었고 작은 아주버님의 딸도 같이 와서 셋이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그때 작은 아주버님의 딸은 고3이여서 진로 고민이 한창이었고 야무진 이 아이는 나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대학 진학은 안하기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 사촌 언니는 사촌 동생에게 니가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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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일상다반사 2017. 3. 19. 21:03
도쿄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 세대가 있었다. 그때 일본드라마를 참 많이 봤던 것 같다. 중국에서 대만드라마 – 일본드라마 – 홍콩드라마… 이런 수순으로 유행을 했던 것 같다. 홍콩과 일본의 순서가 조금 햇갈리기는 하지만. 도쿄러브스토리는 참, 요즘 한국드라마같은 느낌이었다. 명랑하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여자주인공과 아주아주 평범한 차분한 그리고 이타적이고 답답할 정도인 남자주인공과의 사랑이야기. 러브스토리.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내가 느꼈든 들었든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는,, 이러했으면 좋을탠데 내 남자친구는 죽어도 안해주는 1%의 차의… 정도 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 동아마라톤 참여를 위하여 남편한데 올림픽공원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물론, 당연히 태워줘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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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 객관이라는 거짓말과 상대적인 주관일상다반사 2017. 3. 12. 10:55
요즘은 사드에 탄핵에, 머리속이 온통 정치다. “입장”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면서 이 제목으로는 정치적일수밖에 없을 텐데 걱정되어 다른 제목을 생각해볼까 하다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오늘만 아주 조금 “정치적”이고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번 써 보기로 했다. 사람은 주관적이다.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니?”라고 하는 사람은 보통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내 속에 수십년간 도사리고 있던 자아는 그 어떤 외부의 자극에도 “주관”적인 감과 의견과 결론을 지어준다. 육아를 하는 나는 조금이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로 수없이 매일매일 리마인드하면서 노력한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주관적인 아이 입장에 대한 판단일 뿐이다. 경험적 선배라는 잘난 척은 전혀 없지만 엄마라는 특수관계인, 게다가 모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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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초보일상다반사 2017. 3. 5. 12:48
이해한다고 안다고 함부로 말했던 모든 상대에게 사과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겪고 화를 내고 하는 과정이 얼마나 다른 건지, 요즘 초보로서 새로이 겪는 모든 것들 때문에 세삼스럽게 배우고 있다. 사윤이가 학교에 갔다. 요즘 “1학년” 이라고 부른다. 애가 조금 쑥스러워 하지만 너무 좋아한다. 어제는 사윤이와 함께 방과후 과정과 학원, 뭘 할 건지 같이 고민했다. 사윤이 반의 밴드에도 가입했고 선생님과 인사도 나눴다. 첫째를 막 학교에 보낸 나를 포함한 초보엄마들이 서로 친절한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알 수가 없어서 어려워 하고 있다. 남편은 내가 사윤이를 낳고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나의 극도로 주관적이고 다혈질 적이고 조급한 성격을 받아준 남편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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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일상다반사 2017. 2. 26. 10:49
주식은 희망산업이다. 주식의 가치는 성장성이고 주식의 가격은 유동성이다. 다 희망이다. 한국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아이가 태여나면서 내 아이가 자라게 될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외국인인데 넌 촛불집회는 왜 가니,,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최근에 어떤 분이 세월호 뱃지를 보고, 이제는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 왜 아직도 하고 다니냐 라고 물어보신다. 그냥, 이 나라에서 사는 한 어른으로서 그 아이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서다. 요즘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 생각 없다가 오늘은 진짜 그냥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정치를 이야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주식을 이야기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정신 사납게 하루하루 꾸역꾸역 고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