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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준비편 -
1월8일
오후 두시쯤,
친구가 집으로 놀러 왔다.
출산예정일이 지난지 5일째다.
선생님이 이번주에는 절대 안나올꺼라고 해서,
아무 걱정없이, 열심히 운동하면서
애 낳고 못먹을가봐,
열심히 이것저것 챙겨먹고 있는 중이였다.
두시반쯤인가,
살짝 시큰시큰하던 아랫배가
갑자기 심한 통증을 호소하다가,
잠시 후 신기하게 멈춰버린다.
좀 심한 생리통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정도가 설마 진통일까..싶어서
아니겠지 하고 편안하게 앉아 놀기로 했다.
<<국가대표>>를 못보고 놓쳐버려서,
친구랑 나름 유료로 보기로 하고
영화관람을 시작했다.
세시가 넘었는데,
두어번쯤 규칙적은 아픔을 느끼고 나서
낌새가 이상한 것 같아서 시간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20분 간격이였다.
설마 이게 진통일까..
아닐꺼야
하면서 영화를 마무리하고
살짝 따끈한 방에서 누어 뒹굴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세시간정도 산책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중무장을 하고 친구랑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동안 못먹은 초밥도 먹을 겸.
40분쯤 걸어서 롯데백확점까지 갔고,
초밥을 맛잇게 먹고,
살짝 백화점을 둘러본 가벼운 산책끝에
마트에서 생필품까지 챙겨서
정확하게 3시간정도 지나 집에 갔다.
걸어가다가
배가 아파오면,,아,,잠시만
하고 잠깐 섰다 가군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자를 두져 진통에 관한 정보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요즘 유난히 일이 많은 남편이 밤 11시가 넘어 들어왔고, 다시보기로 둘이서 국가대표를 보기로 했다.
1월9일
시간은 밤 12시를 넘어, 국가대표와 함께 1월9일로 가고,
통증은 점점 잦아지고 심해졌다.
아무래도 수상해서,
좀 더 심해지면 병원에 가봐야겠다 싶은 마음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짐 챙기고,
집 정리하고...
국가대표가 다 끝나고 2시쯤,
아니면 다시 집에 오지뭐..하면서 집을 나섰다.
2시30분
일단 분만실에서 진찰을 받았다.
자궁이 2.5센치 열렸으니 바로 입원하라고 한다.
진통은 3분에 한번씩 오고 있고
한번의 진통은 30초에 사라질 때도 있는가 하면 쭉 3분 더 갈때도 있다.
뭔가 다른데 정신을 좀 팔아야 나아질 것 같아서 허벅지도 꼬집어보고 별 쌩쑈를 다 한다.
아픈 배에 힘을 주고 있으면 아가가 스트레스 받고 호흡을 못해서 산소부족이 된다고 간호사언니가 자꾸 혼내니,
아픈 것을 최대한 배로 모으고
흠~하~ 하면서 부자연스러운 호흡만 계속 한다.
허벅지도 꼬집어보고, 너무 아프면 벽도 두드려보고...
그 와중에 간호사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12시쯤이면 나오겠네요, 한다.
여러번 아프다 말고,,겨우 정신차렸는데, 시간은 30분도 채 안갔다.
...
진통이 힘들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안갈켜줬었다.
회사 언니가 무통주사를 꼭 맞으라로 한 생각이 나서 물어봤는데,
자궁이 5센치 열리기 전에는 안된다고 한다.
마냥 기다리고 아프다.
- 무통주사-
10시쯤 드디어 5센치 열렸다고 한다.
무통주사는 1~2시간 통증을 없애주고,
자칫 무통시간이 끝나고 열렸던 자궁이 도로 닫혀서 다시 통증을 겪어야 하는 일도 있고...
하면서 간호사언니가 주절주절 설명을 한다.
나는 다 상관없으니까, 한시간이라도 좀 쉬었다가 가야겠다고 무조건 해달라고 했다.
덕분에,
한시간쯤 푹 잤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다시 정신이 들었을때
훨씬 더 심한 통증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힘이 들어가면 힘 줘도 된다고, 간호사언니가 그런다.
드디어 끝나나보다 싶은 마음에
통증은 더 심하고, 정신은 더 없지만,
마냥 좋기만 했다.
- 출산 -
나중에 조리원에서 다른 엄마들한데 들은 얘기지만, 6시간 진통을 겪은 언니가 기운이 빠져서 출산 때
힘을 못 줘서 고생도 하고, 아가도 골반에 걸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나는 참 체력하나는 짱인가 보다.
원장님이 들어와서 5분만에 출산은 끝났고,
아가 울음소리와 함께,
모든 통증은 기적처럼 사라지고
순간 사람이 멀쩡해졌다.
병원절차상
아가를 잘 싸서,
엄마 가슴에 대준다.
아가 얼굴도 못보고 냄새도 느끼지도 못했는데,
바로 신생아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휠체어로 병실로 이송됬다.
선생님이 이번주 내로는 절대 안나올꺼예요...라고 하셔서,
유도분만이라도 해야 하나...
여러가지 걱정도 했었고
아파하는 내가 안타까워,
남편이
우리 수술할까...라고도 해봤지만,
별탈없이,
그리고 큰 고통없이,
그리고 달리 마음의 준비나 아무 공식적인 절차도 없이,
나는 엄마가 되버렸다.
수유교육받으러 가서
내품에 쏙 들어와
신생아답지 않게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는
아가얼굴을 빤히 내려다 보면서도
내 아가, 그리도 내가 엄마라는,
그 어떤 실감도 느낌도 들지 않았다.
- 에피소드 -
애기가 나오자마자,
모든 사람들이,
엄마 똑닮았다고들 했다.
우리 엄마 왈, 어떡하냐...아빠닮아야 얘쁜데,
아빠왈, 괜찮아, 애들은 크면서 얼굴이 바뀌어.
다행이,
애가 하루하루 커가면서 눈도 하루하루 커져갔다.
이 글을 시작한 건 한달 전인데,
이제야 마무리한다.
첫 시작이 어떤 내용인지도 기억안난다.
아이랑 매일매일 집에서 씨름질 하면서,
내가 낳은 아가지만 너무 얘쁘다고 신나하기도 하고,
아픈 허리와 골반을 달래려고 겨우 누웠는데, 애가 깨면,
아이고, 하고 다시 일어나면서,
나의 끝없는 인내심에 감탄도 해보고.
그냥,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
하는 생각 뿐이다.
아직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좀만 서툴어도 우리 아가가 많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울음소리를 알 알아들어보려고 신경 많이 쓰고
아가의 일상을 잘 이해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더이상 일인가족이 아니라는 사실,
이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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