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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당
    주전부리 2010. 5. 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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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술..이라는 것이랑 친해지기 시작했을까.

    나는 6살에 초등학교입학한 만큼,

    12살에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모임이 있다고 하고,

    다행이 나를 버리지를 않아

    모임이라는데 따라 가게 됬고,

    첨으로,

    술이라는 것을 먹게 됬다.

     

    이래저래 많이 먹게 됬지만,

    깜빡깜빡 하는 순간까지,

    하던 이야기까지 다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주량이라는 건가..싶기도 하지만,

    빼갈에 맥주에, 진짜 많이 마셨었고,

    내가 했던 일들이 잘 기억이 난다.

     

    임신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이,

    무더운 여름밤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들을 구경만 하고 있다는 일이였다.

     

    나는 술을 참 좋아한다.

    과음이라는 건,

    체력도 딸리고 주량도 딸리고(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그런 이유에서 힘들게 생각하고 나름 조심했지만,

    술, 이라는 존재자체를 너무 좋아한다.

     

    제일중요한건,

    일단 맛있다.

    맥주는, 고1때, 정확하게

    맛으로 브랜드를 가릴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조금정도의 술을 섭취했을때의 기분과

    적당한 사소한 일을 간과하면서,

    굵직한 줄거리를 챙겨

    나의 정서,

    나의 기분,

    나의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자세와

    그런 모습이 너무 맘에 들기도 하고,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적당히 몽롱하여

    아무생각없이,

    단순하게 기분좋은

    그 느낌 그자체가 너무 좋았었다.

     

    중고등학교를 기숙사생활을 하던 나에게 있어서는,

    술마시고,

    놀러다니는 일이 그렇게 낯선 일이 아니였지만,

    우리 엄마 아빠 입장에서는,

    맨날 탑3 성적표를 갖고 오는 딸이,

    주당이라는 사실은 상상이 도무지 안되는 일이였나 보다.

    무지 착하게 맨날 공부만 하는 애로 알고 계셨었나 싶다.

     

    고3인 나에게

    엄마가 하는 말이란,

    공부 너무 하지 마라,

    몸버리더라,

    그 잘난, 대학은,,

    못가면 한번 더 재수하면 되고,

    아니면 다른거 해도 되고...

    하면서.

     

    고3을 끝내고,

    아빠랑

    소심한 소주 한잔 했다.

    아빠 술한잔 해...하면서.

    내가 크느라 바쁜 동안에

    패기를 잃어버릴 만큼, 나이먹어버린 한 남자에게,

    그 성장의 시간을 빼앗아버린 미안함이라고 할까.

    그런 사죄감에 의해,

    나는 내가 아들이였으면 하는 생각을

    머리가 딿도록 했다.

     

    간이 않좋다는 아빠랑,

    그냥 술한잔 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

    몸이 어떻든,

    의지만 가지면,

    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나의 삶의 질을,

    내가 만들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싶으니까.

     

    50대, 라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늘 궁금했었다.

    퇴직할 나이도 아니고, 요즘 누구나 산다는 90대에 비하여

    너무 터무니 없이 젊은 나이지만,

    회사, 조직, 학교, 모든 부서에서

    생존이 너무 애매한 50대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어떤 자존감을 가지고, 어떤 인생을 사는지 너무 궁금했었지만....

    막상, 5년, 10년 이런 식으로

    잔여생존연수를 얘기하게 되니,

    샌생아 요절을 맞이하는 만큼,

    힘들 수밖에 없는 일로 되버린다.

     

     

    효도는 나중에,

    내가 다 크고, 내가 여유로울 때 해도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어디까지나

    나의 능녁없는,

    구차한

    합리화라는 사실이,

    너무 심하게 눈앞에 다가온다.

     

    어쩌면 좋아.

    최선을 다한다...?

    막연한

    앞뒤가 안보이는 최선이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 어렵다.

     

    나는 참 아무 생각 없는 아이다.

     

    가끔,

    과정이나 감정이나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결과가 중요하다고,

    늘 얘기하면서

    어려운 고비를 고민없이 가볍게 풀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란 결코 없다.

    그럴만큼

    쉬운 일도 없다.

     

    필름이 끈긴다.

    아무 생각이 없다.

    이 와중에

    아무 생각이 없는 내가 화난다.

     

    나는 그냥,

    엄마일 때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엄마로,

    회사원일 때는, 우리 부서의 역할을 이해하고 마무리해주는 회사원으로

    딸일 때는,

     

    막걸리를 얼마 먹진 않았는데,

    너무 오래 안먹었는지,

    눈이 돌아간다.

     

    나의 꿈꾸는 40대 모습은 이런거다.

    15이 더된 사윤이랑,

    딩글딩글,

    맥주한캔씩 들고,

    수다 떨면서,

    깔깔거리면서,

    눈물 질질 짜면서,

    마시고, 놀고, 시간보내고.

    말짱할때는

    옷도 빼앗아입고,

    다투기도 하고, 삐져서 서로 다독여주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딸로서 겪어보지 못한,

    그리고 동경하는 일들을

    사윤이에게 강요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술이 땡긴다.

    폭...

    필름끈길때까지 먹고,

    그리고 폭,

    모든 것을 잊어버릴만큼, 자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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