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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웠던 시간
    취미생활 2010. 9.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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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고시를 마치고,

    고시생인척 하던 취미생활을 한단계 마무리했다.

    무심코 아무 일 없어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참말로 어색하고 불편했다.

    어설프게 허전하고

    어설프게 몸이 나른한

    하필 지금 이때,

    나는 나의 갑작스레 나타난 여유의 시간을

    <<도가니>>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막 책을 덮으면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고

    이 무서운 사실이 실존사실이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져,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내가 갖고 있던 믿음, 나의 꿈, 나의 신념

    모든 것들이 머리속에 범벅이 되면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한 인권이라는 이름에 대한 동경은

    대학때의 田桂兰선생님의 세계인권법이라는 수업이였다.

    가진자는 처음부터 그리고 나중에도 아닐 것이지만,

    나는 스스로를, 아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고

    누군가를 위하여 봉사를 해야 하는,

    누군가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는 자로.

     

    세상은 어차피 원초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있는자와 없는자로 나뉘어야 한다면,

    <<도가니>>와 같은 작품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의 위로이자 한줄기 빛이다.

     

    서유진의,

    세상같은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고 있는 거예요.

    라는 말이 살갑게 다가오면서,

    진실은 원래 게으른 것임에 공감을 하면서,

    내가 갖고 있던 믿음,

    그리고 내가 하고자 했던 노력들에,

    조금 더 힘을 불어넣고,

    조금 더 박차를 가해야 함을,

    어떤 식으로든 개념정리를 하고

    초심을 잘 잡아가야 함을,

    그리고 지금까지의 생각의 허무함과 빈약함을

    온몸이 떨리도록

    느끼고 있다.

     

    이 복잡한 사회의 시스템이나

    법이라는 말도 안되는 무식한 논리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논쟁따윈 하고 싶지도 않다.

    도움을 필요한 어느 하나의 "피해자"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의 "가해자"를 이겨내기 위한

    더더욱 무지막지한 힘을 가져야 하고,

    그 시스템이나 그들만의 리그를 자우지하는 구조를 이겨내기 위한

    더욱 정교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더욱 부지런한

    게임이 필요하다.

     

    중국 형사법문제집을 보다가 이런 사건을 봤다.

    어떤 남자가 아내가 집을 나가서 신고를 했고

    몇개월 뒤 그 동내에서 어떤 여자를 시신을 발견했다.

    권력기관은 그 시신을 그 남자의 아내의 시신이라고 판정짓고

    남자를 피의자로 연행하여 검사에게 넘기고,

    절차적으로 검사가 법원에 소제기를 하여

    무기징역 판결을 받고 되고,

    이에 피의자가 항소하여 재심에 가고,

    재심에서 다시 원심판결을 유지하여

    최종심 효력발생과 동시에

    감옥에 이송하여 무기징역형 집행을 시작했다.

    소송진행과정만 2년이라는 시간을 먹어버렸고

    그 후 5년 형집행을 하고 난 시점에,

    그 "피살된" 아내가 집에 돌아왔다.

    절차적으로 이 사건은 사건판정에 영향줄 수 있는 중요한 신규정황의 출현으로

    "재심"절차를 가지게 되고,

    그 남자는 오심에 의한 보상으로

    2년의 최종심까지의 시간 후의 형 집행기간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게 고작이다.

     

    장애아에 대한 성 폭행과,

    장애가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에 대하여 그 가해자 중 최고형을 받은 자가 5년 형이라는 사실에 비하면,

    이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고,

    기사꺼리가 되기도 부끄러울 만큼,

    사회란 시스템이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힘으로 어떻게든 빨리 덮어버리고자 할 것이고 그들은 그런 힘을 갖고 있다.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은,

    식후 이야기꺼리고 잠깐 뉴스에 대한 논평을 하다가,

    바쁜 일상속에서 가볍게 그런 기억따윈 지워버린다.

     

    사람의 자유 심지어 생명까지 박탈하는 과중한 형벌에 대하여,

    나는 늘 반대해왔었다.

    어디까지나 다수인의 폭정이고 공권력의 폭정이고 그 어떠한 특유의 시점에서의 도덕이라는 기준의 폭정이고,

    그 누구에 대해서라도 자유와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그야말로 폭행이니까.

    하지만 <<도가니>>속의 가해자들에 대한 형량을 읽게 되었을 때,

    저도 모르게 나도 절규하는 농인들과 함께 소리지르게 되버렸고,

    오열하게 되버렸다.

     

    이 어려운 시스템속에서,

    내가 살아가야 하고 나 마저도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버릴 법한

    이 어려운 세상속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말들을 하고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흔들림 없는 하나의 입장을 만들어

    눈감고 고집하고 살아버리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일일지,

    참말로 많은 것이 고민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직도 손끝이 떨리고

    혈압이 떨어져

    눈앞이 간간이 캄캄해진다.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고,

    그 어떤 글도

    지어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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