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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전철속의 30분을 모아,
드디어 3부를 마무리했다.
참 다행인건,
원서나 1,2부 한국어 번역본이나
정서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1Q84라는 책을 다루는 글을 적기란 참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색다른 세계지만,
어떤 시스템인지 알 수가 없는 가벼운 스케치로,
어떻게 보면 어떤 세계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쿨한 모습이기도 하고,
전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집요하고 흔들림 없는 사랑은
어설프게 마음조이는 로멘스를 피해가면서,
마침 내 입맛에 맞아 떨어지고,
끝임없이 꼬리물고 나오는 궁금증과
적당히 시원하게 긁어주는 스토리전개와
가끔 지나치게 섬세한 묘사가
어느 부분을 놓치기도 두렵지만,
빨리 스토리를 더 파악해보고 싶어 조급하게까지 만드는,
그야말로 소설작가로서의 센스가 아닐까 싶다.
많은 작품을 접하다 보면,
작가 마음 속 깊이 집착하는
세상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끔은, 또 그 얘기야..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마음속 깊이 몸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아쉬움을 지니고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깊이있게 부각하는 모습에,
이 어린 나이에 벌써 피하고 싶어하는 세속을
집요하게 파해치고자 하는 열정에
감동한다.
이해도의 한계에 의하여, 전체적인 서평은 어렵고,
내가 읽으면서 생각났던 것들을, 지금 이 시간에도 생각나는 것들을 대충, 적어볼까 한다.
읽다가 이해가 잘 안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댄고 아버지의 병원, 그리고 마지막 대사: 말을 안해서 모르는 거라면, 말을 해도 모르는거야...
세상에 대한 이해는 사람마다 다르느니,
비밀을 말로, 글로, 그 어떤 이해가 아닌 형태로 남기고 떠난 들,
비밀은 여전히 비밀일 뿐이다.
덴고의 출생의 비밀은 정녕,
외로움속에서 성장한 덴고의 모습의 바탕으로만 의미가 있는 걸까.
집요한 수금원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수금하는 상상 아니면 1Q84식의 유체이탈로
생명을 집요하게 이어가는 덴고아버지의 인생이,
덴고가 애정이라고 기억하고 있지 않는 이 아버지의 단출한 생의 마감은,
그 어떤 인생의 허무함을 보여주려는 건지,
그런 허무함 속에서 벗어나보려고 하는 덴고의 의지의 은연의 바탕이 되주는 건지.
어떻게 전개가 되든, 어떻게 편폭이 길어지든,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만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되고
하나의 스토리가 마무리되어 소설이 완성되는 것보다는,
그냥 워낙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것 처럼,
넓고 깊은 수많은 캐릭터들이 수많은 일을 겪고 있는 세상 가운데서의 하나의 장면을 스캔해낸 듯한
그러한 공간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깊게 와 닿는게 왜 하필 우시가와의 죽음일까.
지겨운 덴고와 아오마메의 3편에 걸친 탐색과 만남, 이런 또하나의 집요함 때문에 1Q84라는 서로에 대한 추적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신념의 이끌음인지,
묘한 케릭터로 둘을 연결해주던 우시가와가
둘을 연결시키는 사명을 마무리하면서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그리고 더이상 깔끔할 수 없게 죽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그렇게 사명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또하나의 죽은 산양의 역할로 "저쪽 세계"와의 통로가 되어
새로운 1Q84를 불러오는 역할을 하게 된다.
1984년은 차가운 겨울바람과 함께 저물어 가는 이 와중에
단지 미결의 세계는 계속된다는 막연한 속편을 불러오는 판타지영화의 막장마냥 열어둔 결말인건지.
입술이 돌출되고, 눈이 돌출되고 제법 뚱기적거릴법한 단신의 남자가,
침낭속에서 두 손이 뒤로 묶인채 목일 졸려올 때
파딱거리는 붕어마냥 온몸을 흔드는 모습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폭력이란,
정의와 비 정의가 없고
1Q84의 세상이란
인간의 아니면 리틀피플의 정의란 없다.
덴고, 아오마메, 우시가와 세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세상 조각들을 모아보기 위하여,
그리고 그 시각을 설명하기 위하여
세 사람의 어린시절을 가볍게 풀어보게 된다.
그런 스토리는,
그들이 어떤 사람이라는 구구절절한 진술을 생략해주면서
사람의 이미지로 나에게 확 와닿게 한다.
외로움이 난무하는 세상,
윤리라는 아무 의미없는 존재를 가볍게 조롱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소리없이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어이없는 세상에 반항도 순종도 그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는 후카에리의 모습이
작자가 영혼을 싫은 곳일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타고, 아오마메가 1Q84의 세상을 사람들에게 펼쳐줬지만
1Q84라는 세상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과연 1984와 병존하는 다른 하나의 공간인걸까
리더가 죽기 전,
이 세상을 벗어나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였지만
그 세상을 살았고 그 세상에서 사랑하고 살인도 하고 그 세상에서 1Q84든 1984든 시간을 살아왔는데,
거기를 나와 어딘가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마음에 많이 남은 또하나의 이야기는 고양이의 도시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어느 한적한 역에 내렸을 때,
그 사람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연도에서, 세상에서 공간에서 벌써 벗어나 있었고,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등잔을 들고 피신하고 있는 곳에 따박따박 소리 내면서 다가올 때
가슴을 조여오던 그 스릴이 리얼한데,
아무도 없잖아, 하고 코앞에서 돌아설 때
웬지 모를 희열과 한참 더 심한 스릴을 느꼈다.
이런 이유로 소설에서 반전을 표현하기를 좋아하는거겠지만
때는 이미 상실된지 한참 뒤다.
1Q84로의 궤도의 이탈인지,
그냥 말그대로의 상실인지.
마음으로 집요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신념의 아오마메와
이 세상은 언제든 하나밖에 없다고 하는 그 세상 자체와
어떤 식으로든 어떤 일을 겪으면서든 집요하게 서로를 찾아헤매고 서로를 만나게 된
치명적인 이 커플에게
호랑이 방향이 바뀌어 있는
1Q84로의 길을 거슬러 올라온 이 새로운 세상은 또한 어떤 의미일까.
1Q84라는 책은
신기한 새로운 세상으로의 한차례의 여행이였고,
한번 다시 읽어보고 세세한 내용을 한번 다시 챙겨보고 싶은,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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