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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여나라고 해도,
나는 여자로 태여나고 싶다.
여자, 라는 상큼하고 예쁜 존재로.
회사 여자들끼리
차를 하나 랜트해서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전부 씽글이였고
언니들이 모여있는 회사분위기에 비해,
여성스러움이 좀 심히 딸리지만
터프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여자들이라고 할까,
목요일저녁,
문자가 끈어지지 않는다.
잠들 쳐 자지 말고, 짐 챙겨라, 낼 놀러간다..
씻을 것들 잘들 챙겨라, 냄새나면, 죽는수가 있다..
금요일아침,
반듯한 정장차림은 여전하지만,
다섯이 일치하게 털모자 점퍼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선다.
이것들,
티가 너무 나잖아,,하면서도
입들이 찢어진다.
퇴근시간을 분초를 재면서,
10분 미리 컴퓨터를 끄고 눈치를 보고 있다가
잽싸게 짐 챙겨서 옷갈아입으러 갔고,
정장을 탕비실에 꿍쳐넣고
청바지차림으로 홀가분하게 마트로 떠났다.
정은언니랑, 장보기 담당이였고,
인주언니가 실수한거라면,
정은언니는 나의 식욕 억제용으로 팀을 짠거였는데,
둘이 짝궁이 심하게 맞았고
마트에 들어서기 바쁘게 허기가 사라지고
눈이 반짝거리고 목소리가 한톤 높아졌다.
치밀하게 계획적인 언니는,
미란언니를 사무실에 남겨두고, 단체 행동의 행적을 숨기고자 했고
소영이랑 랜트카 픽업하러 갔다.
교통상황이 맘에 안드는건지,
걱정대로 소영이의 운전이, 믿고가기에는 무리가 있는건지,
우리와 장봐둔 짐을 픽업하기에는 시간이 심하게 걸린다고 한다.
역시 우리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곰탱이들,
맥두, 소주, 고기, 음료수,,로 예상대로 개당 25키로가 되는 봉투하나씩 들고
전철타고 회사로 다시 집합하기로 했다.
인주언니왈,
고맙다..
손가락이 감각을 잃고 팔목이 빠져나갈 것 같았지만
그 와중에 저녁을 떼울 김밥까지 챙겨서 모였다.
차가 너무 근사했다.
룰루랄라, 우왕좌왕, 일단,
우리는 출발했다.
다섯명이, 그것도 30을 앞뒤로 하는 다섯 여자가 여행을 떠나는데,
주변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건 뭔지..
일단 소영이한데,
우리 살려줘, 라고 부탁을 진지하게 하고
운전에 절대 방해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김밥을 조근조근 씹어먹으며 출발했다.
(1) 소영이
막내고,
기사다.
이렇게 지겹지 않은 드라이브는 첨이다.
다섯명이 무지 긴장하여,
움직이는 2시간 동안 도로상황과, 차량상황과 서로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열심히 놀았다.
인주언니는 인간내비게이션의 책임을 다 하며, 열심히 서포트를 하고 있었고,
소심한 나랑 정은언니는 막 떠들다가 소영이가 껴들면 바로 조용해진다.
살려고.
소영이 운전 집중시킬려고.
고속도로에서 60을 꾸준히 달렸다.
네비게이션에서는 도착예정시간을 친절하게 찍어줬고,
소영이가 한번 밟으면 그 시간은 단축됬고
어느순간 소영이가 도착예정시간에 집착을 하면서,
밟기 시작하고.
소영아, 참자...우리 살려줘~
생명의 은인으로
무한한 고마움을 안고
우리는 무사히 콘도에 도착했고
각자의 가족들이 우리의 불안한 여행에 대한 무한한 염려와 걱정으로 안부들이 끈어지지가 않는 와중에
착하게 전화한통씩 해서 안심시켜줬다.
우리, 아직 살아있다고.
왜그러는겨,,
소영이의 구수한 사투리에
우리의 대화수준이 저질로 운을 떼여,
예상하던
여자들만의 수다로 가능한 화제들을 모두 넘나들었다.
(2)술
장보면서 흥분했던데 비하여,
심히 자제된 술 구매량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내가 와인한병과 빼갈한병을 헌납했음에도
우리는 전혀 몸에 무리가 올만한 과음을 연출하지 못했고,
도착첫날,
각종 칩과 과자를 안주로
맥주 딸랑 세피트의 아쉬움을
한병의 와인으로 달랠 길이 없어
적당한 수다끝에(적당한?,,음..) 각자 잠자리에 누웠다.
이튿날,
일단 중간과정 생략하고,
콘도에 다시 들어와 골아떨어졌다가 일어난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왕성한 식욕과 체력과 정신력을 보여줘,
빼갈한병을 가볍게 먹고,
삼겹살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옮겨
과일통졸임을 안주로
산사춘 네병을 마셨지만,
다소곳이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이튿날 아침에 한결같이 말끔했던...
우리는 역시 실력으로 승부한다.
(3)남이섬
일어나 순서대로 씻는 동안 언니들은 라면을 끓였고
라면에 김치에 밥에,
아침을 따뜻하게 차곡차곡 챙겼고
때맞춰 내려준 눈에 무한 감동하면서 다시 짜릿한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다.
전자네비게이션을 능가하는 인간네비게이션의 정확한 인솔하에,
우리는 네비게이션의 어정쩡한 인솔하의 유턴과 유턴을 이겨내고 산길을 타기 시작했고,
낙석주의 구간입니다,
터널입니다,
를 화음을 넣어서 반복하면서
가평에 도착했다.
번지점프에 대한 나의 열정이
자연에 저항하기 어려워진 나의 체온때문에 사그리 사라지고 말았지만,
가는 길에 번지점프장을 세개나 봤다는,
할껴?
아니요, 그냥 가요...
입장권을 끈으면서 부터,
카메라를 들춰서 여기저기 조준을 하기 시작했고,
과도한 흥분은 표정관리와 향후 일어나게 될 상황에 대한 예측능력저하를 불러일으켜,
그 결과라면,
지금쯤 나온 사진들을 보고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음이 자제가 안되는,
초 특급 엽기사진들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자,
일딴 남이섬에 왔으니까,
욘사마가 했던 것은 한번 다 해야지 않겠냐,
역시
우리는 이동이 어려웠다.
컨샙하나를 잡으면 다섯이서 돌아가면서 찍어야 하고
가능한 조합을 모두 연출해야 하니까...
그 와중의 어정쩡한 러브스토리,
출연자: 나, 정은
장명: 팔장끼고 미끌미끌 어정쩡한 걸음으로 훤칠한 나무들사이로 그리고 사람들사이로 걷고 있는데,
눈이 녹아 나무에서 물이 계속 떨어진다,
나 왈: 우쒸, 뭐야,
정은: 그대와 함께라면, 나는 괜찮아요,
나: 그럼요, 새똥이 쏟아져도, 그대와 함께라면..
--;;
전방 행인 손의 호떡에 흥분하면
우리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고
사진을 포기하고 달려갔다.
호떡으로 배가 채워지자,
우리의 본격적인 사진쑈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허벅지에 알통을 느끼는
요가한세트를 능가하는 운동량을 유지하면서
각종 포즈를 취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이 두개 있었다면
눈밭에서의 단체 점프샷으로
연속동작으로 점프를 2~30회정도 한것으로 기억하고
사진을 보면서 배잡고 웃은 칼로리 소모량도 점프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두번째라면,
기찻길에서 미란언니가 흥분을 해서,
이런 저런 포즈를 요구했고,
끈임없이 사람들이 유유히 지나가면서 우리를 보고 있고
우리는 챙피하고
사람이 지나간 다음에 하고 싶고,
미란언니는 카메라 들이대고 자꾸 하라고 하고...
욘사마의 키스장소는 그냥 흘려보내고
한시간 예정의 코스를 세시간을 보낸 것을 의식하면서 다음 코스를 계획하면서 다시 출발장소로 돌아갔다.
물론, 인주언니 카메라 성능에 흥분해버린 미란언니의 포즈 요구에 맞춰주면서 점진적으로 이동을 했다.
군감자와 군 오징어를 질근질근 씹으면서
다시 소영이를 핵심으로 하는 아찔한 드라이브를 가지게 되었고
추위와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차안은 점점 조용해졌고
썰매장, 쁘띠하던 코스 얘기는 아무도 안하고,
사우나 가서 둬시간 몸좀 풀다가 술마실까?
음,,
하고 대화는 마무리 된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으,,추워,
하면서 이불을 하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고
그때 마침 패떳이 방송되고 있고
우리는 메트까지 꺼내서 깔고 들누워 그거 보고 있었고
패떳이 끝날때쯤,
잠들었다.
사우나얘기도 온데간데 없이,
우리는 세시간을 잤고
미란언니는 어느새 일어나서 장국에 밥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하나씩 씻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4)여자들의 수다
미녀들의 수다라고 자칭하고 싶었지만,
나의 도덕성이 도무지 허용하지 않아 그냥 수다만 강조하기로 한다.
먼 얘기들을 했지?
하면 생각이 잘 안날 정도로
별로 영양가없고
일상적이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깔깔거릴 수 있는 우리들의 수다.
드라이브할때는
부모님의 차를 훔쳐나온 고딩들마냥 조심스럽다가 떠들다가 소심하게 긴장했다가 했지만
방에 와서 몸을 풀고 나니
동내 아줌마들 뺨치는 대화내용과 센스를 자랑하면
개그콘서트의 개그수준을 유지했다.
물론
소영이의 왜그러는겨, 때문에,
다들
그려,,하고 있었고.
티비보면 연예인,
사랑과 전쟁 보면서 바람피는 남편, 고부간, 한면서 결혼도 안한 여자들이 마냥 살아본 애들처럼 논리적인 얘기를 슬슬 풀어가고,
하긴 실전에 약한 사람이 논리는 강하니까,
베란다가 확 트여있고, 밖이 산이고 옆집에서 남자들 소리가 나고 베란다사이가 가까워 가볍게 넘나들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돌아오는 길에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한층 업된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
소영이의 운전이 많이 안정됬음을 느끼고 있고,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80의 속도를 자랑하고(자랑? 휴..) 있었으니까.
난,
서초동에 살고 있는데,
잠실역을 놓치고 차는 왕십리로 향하고 있고,
나랑 인주언니는 집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
왕십리 표시판은 도덕없이 20분 전부터 계속,,,걸려있고..
끝내 왕십리에서 짐끌고 내렸고...
(5)불안한 여행,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마무리 분위기,
항상,
**에게 감사드립니다가 정석이니까, 한번씩 씹어볼까 한다.
정은언니 어머님께 우선 감사드려야 하는 거라면,
된장찌게꺼리랑, 김치랑, 너무 맛있었고
전화와서 수시로 우리의 생존상황을 체크하셨고
까불지 말고 인주언니 말 잘들어, 같은 심각하고 중요한 말씀 해주신 분이니까..
우리의 여행에 불안을 느꼈던 모든 사람께 감사드리며
우리가 멀쩡하게 잘 돌아왔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후기-
아침에 각자 카메라의 사진을 주고 받으면서
웃고, 표정관리하고.
사진에는 소영이가 제일 좋아한다.
역시 젊음의 밝은 웃음이야,
카메라에 잡힐때만 그렇게 웃은거지만..
사진보면 소영이가 우리 끌고 놀러 간줄 알꺼다.
엽기 탑탠을 꼽으려고 해도,
너무나 어려운...
아직도 쑤시는 내 허벅지가 재미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위안을 느낀다.
인주언니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면서,
미란언니가 흥분한 것을 이해하게 된다.
카메라를 통해 본 그림이 살아있다.
아,
전자제품에 대한 나의 과소비 용서할 수 없어...자제하자.
설겆이, 방청소, 음식만들기,,
그냥 알아서 이것저것 막 다 해버리는 언니들, 고생많았습니다!!
덕분에 잘먹고 잘놀고 잘 자고~
여자들만의 여행의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고
여자라는
때로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때로는 단순하고 파워풀하고 용감한
여자로 살고 있는 내가 즐기는 것 만큼
여자로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힘을 받고.
2008년 얘쁜 여자들의 송년여행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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