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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a kind일상다반사 2009. 4. 22. 09:07반응형
이디 브릿이 죽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의 늘 그렇듯이 투덜대면서, 진지하게 그에 대한 추억을 나눈다.
섹시하고, 예리하고, 강하고, 얘쁘고, 단 하나뿐인, 이렇게.
그녀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알고 있은 건지,
오래 살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은 건지,
최선을 다하여 오늘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짧게 화려하게 살겠다고 결심한 마음 한구석에 갑자기 몰려온 당황함 같은 것이 있었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이였다.
젊음을 잡으려고, 안깐 힘을 썼는데,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버리고,
그렇게 화려하게, 오늘만 바라보기로 결심하고 산 인생인데,
이렇게 짧고 빠르게 지나가버릴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억지를 만들어 스토리를 전개하더라도,
위기의 주부들은 참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원초적인 인간성을,
적당히 감춰가면서,
그리고 적당히 솔직하게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여인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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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비가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반가운 화창한 날씨다.
수면부족으로,
아침부터 감은 눈도 놓치지 않고 찔러주는 해빛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버스에서 잘 수 밖에 없었지만,
시원하고 밝은 날씨는 참 좋다.
오늘 아빠 생신이다.
찾아뵙지도 못하고,
딱히 드릴만한 것도 없다.
스스로 갱년기라고,
외롭다고, 허전하다고, 딱히 내가 할일이 뭐가 있니,
하면서 툴툴거리지만,
여전히,
뭐든지 손대면 전문가가 되고 싶어하는,
의욕있고, 노력하고, 똑똑한 50대다.
나만 바라보던 억척스런 어린 시절에,
한끼 배부릴 먹고, 한과목 공부 잘 하고 하느라고 주변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어서,
지금쯤은,
그때쯤,
아빠는
어떤 모습이였고,
어떤 고민을 하셨고,
어떤 마인드를 갖고 계셨고,
행복하셨는지, 힘드셨는지, 허무하셨는지, 아쉬웠는지...
잘 상상이 안된다.
지금쯤
꿈처럼 흔적 남길까 말까 지나버린 지난 짧지 않은 시간에 대하여
어떤 추억을 갖고 있고,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
20대 중반이라고 늘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지난 날들은, 늘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만 해봤었는데,
지금쯤은,
만들어내고자 하는 뭔가가, 먼 앞날의 꿈같은 것보다는,
지금의 모습, 지금의 생활, 그리고 지금도 똑같이 꾸게 되는 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참고 뭔가를 기다리면서 보낸 시간이라는 착각같은 것에서 벗어난건지,
성인이 되면,
이라고 했던 그 상상을,
성인이 되면서,
새롭게 보게 된건지.
아마도 그런 바뀌지 못한 마인드 때문에,
아빠의 지난 인생에 대하여도,
뭉퉁그려진 시간덩어리라는 생각 뿐이였나보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독립을 해서, 뭔가를 해줄 수 있어서 딸이 되는 건 아니니까,
과거에도 나는 얘쁘고, 마음 헤아려주는 딸이여야 했는데...
평범하지 않을꺼라는 믿음 하나로 달려온
아빠의 인생이,
지금까지의 지난 시간이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시간이든,
스스로
뿌듯해하고,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다.
예상한 죽음이든, 어느날 닥쳐오게 되는 죽음이든,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잡고 싶은 안타까움이 있더라도,
그런 모든 느낌을 합쳐,
자신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 뿌듯해할 수 있는
그냥 그런 모습이였으면.
비가 오다가
해가 뜨고,
우울했다가 밝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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