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순씨 보고싶은 날(3)일상다반사 2010. 4. 29. 17:55반응형
일년에 한번씩 옥순씨가 보고싶은거라고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
어쩌다 보니, 3편까지 오게 됬다.
사실은 1,2편이라고 해봤자 별 내용 없다.
잔잔한 어설픈, 나 혼자만 읽고 감성에 빠질수 있는 글귀다.
애기를 낳고,
이틀을 애기보러 사람들이 찾아오고 곁에서 지켜주고 분주하고 나서
혼자 병실에 누워있게 됬다.
갑자기 옥순씨가 보고싶으면서 울컥했다.
애 낳느라, 아파서 힘들어서, 그런건 전혀 아니다.
아프고, 힘들고 그런 느낌을 느낄 여유도 없었으니까.
그냥 소리내서 펑펑 울고 싶고,
옥순씨가 보고싶었다.
어렸을 때, 엄마 곁을 맴돌면서,
엄마, 엄마, 하고 불러놓고
엄마가, 왜, 하면,
아니..
하고 말군 했었다.
그냥, 엄마, 엄마, 하고 옆에서 부르는 것이 좋았다.
엄마라는 이름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 건지,
그냥 몸으로 알 것 같다.
차갑기로 유명한 우리 옥순씨가
요즘은 우리 사윤이한데
친절하고 살갑기 그지없다.
내리사랑이라는 것이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우리 옥순씨가 벌써 할머니가 되버렸나,
막연하기도 하다.
내가 엄마가 됬다는 사실에 실감이 안나는 것 처럼.
----------------------------------------
회의를 마치고 왔다.
역시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졸린 와중에도 눈이 반짝거리게 할수 있는,
신나서 에너지가 솓구치게 하는,
괜찮은 일인가보다.
나는 늘,
사윤이가 15살이 되면,
맥주를 갈켜줘야겠다고 했다.
술은,
몸을 망가뜨리고 정신을 무너뜨리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나쁘게 다뤄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잘 갈켜주고 싶다.
늘 꿈꿔왔던 모습이,
옥순씨랑
캔맥주하나씩 들고 침내나 의자나,
비스듬히 누워서, 걸터 앉아서
한모금씩 즐기면서
수다도 떨고
깔깔거리고,
그런거였다.
한참 전에,
결혼, 임신, 모든 것이 있기 전에
나는 내가 나를 꼭닮은 딸애랑 둘만 사는
그런 생활을 무지 꿈꿨었다.
그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짝궁마냥,
어쩌면 여자대여자로
싸우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고
예쁜 옷 몰래 훔쳐 입기도 하고,
같이 수다떨고 울고 힘되주고..
그렇게 잘 살수 있지 않을까.
사윤이를 낳고 나서,
모니터로만 사윤이 얼굴을 보여드리고,
옥순씨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얘뻐하는데,
한번 안아보게도 못해드리는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고
쓸쓸하다.
애를 낳아 봐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알려면 아직 멀었다 싶다.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면서
혼자 걷는 법을 배우라고
손을 내밀지 못하고 참고 있던,
옥순씨 모습이 자꾸 그려진다.
잘 커줘서 고맙다고 항상 그러지만,
나는 내가 사윤이한데
옥순씨같은 엄마가 되줄수 있을까
무지 걱정된다.
공부 많이 하지 말라고, 몸 상한다고
고3인 나를 말리던 그 옥순씨가
야근하지 말라고, 그 잘난 회사 때려치라고
뜯어말린다.
내가 적당히 가까운 곳에서
얼굴 보여드리고
곁에서 지켜봐드리고
출출할때,
치킨한마리 시켜서 맥주한잔 같이 할 수 있고,
그랬음 좋겠다.
이제는,
딸다운 딸이고싶은,
그런 나로
커버렸는데,
옥순씨는 그것을 실감할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