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샴페인 이름이 모엣 샹돔
    서울살이 2010. 7. 21. 16:01
    반응형

    샴페인이랑은 친하지 않다.

    칵테일도,

    간혹 바에서 얘뻐보이고 언니들이 먹는걸로 추천해주는 걸

    한두잔 먹어봤을 뿐이다.

    오늘, 회사 누군가의 생일에 그 누군가가 모엣샹돔이라는 샴페인을 꺼내서

    돌아가면서 한잔 했다.

    나름 맛이 상큼하고 맛있다.

     

    직장생활을 이정도 할 수 있으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일 재미있어,

    또, 그만큼의 일을 시켜줘,

    동료들 좋아,

    잘 챙겨주고 성질 다 받아줘,

    이끌어주는 파워풀하고 의리있고 매력적인 상사 있어,

    급여상담할 때만 섭섭해하지만

    늘 얘뻐해주는 임원도 있어...--

     

    직원이 적지는 않지만,

    생일이면

    꼭 만원씩 내고,

    모여서 파티 해주는 분위기다.

    바쁠때는 짜증나기도 하고,

    돌아가면서 돈만 내다가 못챙겨먹을 때도 많지만,

    이렇게 오손도손 모여서

    말도 안되는 농담하면서,

    케익 짤라 먹고,

    샴페인 한잔 나눠먹고.

    이런 아기자기한 맛이 좋다.

     

    업무가 오래되고 익숙해지고 따라서 새로운 업무도 없으면

    내가 나태해지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할 까봐,

    적당히 옮겨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일이란, 그리고 내 모습이란 어디까지나 하는 사람에 달렸으니,

    경력이 모잘라면 공부하면 되고,

    인정을 못받으면 자격증 따면 되고,

    세상살이가 그리 어려울 껀 없나 보다.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싫은게 없는게 좋은가

    좋은게 있는게 좋은가.

    싫은게 오백가지라도,

    좋은게 하나만 있으면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아쉬움이 있고,

    따라서 함부로 떠나지를 못한다.

    나에게 그 한가지가 목을 조를 만큼 치명적인데,

    다른 선택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서울와서 짧지 않는 4년 동안 살면서,

    여러가지 고민도 해봤지만

    아무 생각 없이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고

    가족같은 직장도 만들어 놓고,

    참 많은 일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마냥 오래전부터 그냥 이렇게 이 동내에서 살아온 것 처럼,

    모호하기도 하다.

    중국출장한번 길게 갔다 오면

    묵은지 삼겹살에 소주한잔 해야 속이 풀리고

    비오는 오후면 막걸리에 파전 한판 먹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된장 김치를 먹고 산건 오랜데,

    이런 생활도 오래 된거였는지...

    적응력이 좋은 건지, 머리가 나빠서 기억을 못하는건지.

    아무튼 이렇게 서울에 묻어서 4년을 살았고,

    까탈스러운 법무부 공무원님들이

    태클없이 체류자격연장만 잘 해주시면야..

    언제까지 이렇게 묻어서 살게 될지 모르겠다.

     

    돌아와서,

    샴페인과 함께한 한가한 사무실의 오후는 벌써 4시를 찍고,

    성실한 직장인으로서의 출퇴근 시간 엄수를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 되면서,

    6시 정시퇴근을 기해보지만,

    동내 독서실이 없어

    사무실 내자리에 몸담고

    공부 조금 하려고 허덕이고 있는,

    내 모습이,

    그냥

    서울에서 그럭저럭

    직장 생활 하고 있는,

    20대의 평범한 모습일는지.

     

    애 봐줄 태니까,

    마음껏 할 공부 다 하고 들어오고,

    괜히 공부 못했다고 히스테리 부리지 말라고 하는 남편에게,

    사법고시 붙으면 미국공인회계사나 해볼까

    했다가 쓰러지는 남편을 잡아줬지만,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분주하게 살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남편이니까,

    이러루한 서울 살이가,

    한참은 더 이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반응형

    '서울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  (0) 2010.11.29
    아이들이 위험한건 엄마가 운전을 안하기 때문인가  (0) 2010.08.17
    여차 워스샵 (2)  (0) 2010.07.20
    워크샵 후기(1)  (0) 2010.07.14
    나는 색갈이 없어  (0) 2010.07.1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