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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
    일상다반사 2017. 1. 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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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음악을 기억하는 것은 음률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로 기억하는 것 같다. 토토가를 보면서 감동하고 토토가가 끝날 때 울었다. 나의 어린 시절의 감성이 진짜 끝난 건가 싶은 섭섭함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다.

     

      나의 삶의 구간 구간 또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요즘 회사에 가면, “서영아..”하면서 시작한다.

      나는 성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진심이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 서영이는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어려운 일도 꾸역꾸역 물어가면서 열심히 헤쳐 나가지만 누군가가 허드렛일을 시켜도 웃으면서 “네!”하고 달려가는 아이다. 서영이는 나만 믿고,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그 누가 하더라도 불편하고 힘들고 속상할 수 밖에 없는 일에 흔쾌히 뛰어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어떤 동료로 살고 있는 지를 늘 반성하게 해주는 아이다.

      이렇게 순간순간,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 나의 감정, 나의 정서, 나의 일,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같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리더십 교육 때, 모시던 사람들 중 다섯 명을 적어 장점과 단점을 각각 다섯 개씩 적어보라고 했다. 장점은 쉽게 채워지지만 단점을 다섯 개 채우기가 너무 어려운 사람이 언뜻 생각난 다섯 명 중 세 명이였다. 물론 단점을 다섯 개 다 채운 두 명도 장점 다섯 개가 가득가득 채워졌다.

     

      예전에 블로그에 담임선생님 박형수 편을 썼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중학교때부터 이런 저런 형편때문에 하루에 밥 한끼 채 못 먹으면서 식사시간마다 운동장을 헤매고 다니던 그런 시간이 있었다. 교복 깨끗이 빨아 반듯이 입고 다니고 얼굴이 하얀 내가 사정이 안좋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고 있던 시기에 그 분은 나의 어려움을 알고 티가 안 나게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집밥과 내가 먹고 싶은 반찬이 그리워지면, 한번씩 민물 생선 한 마리 시장에서 싸게 사서 선생님 댁에 가서 어설픈 요리를 해먹던 기억이 드문드문 난다.

      대학 때, 직장 초년생 때,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나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고 조용히 옆에 있어주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에, 인생 살면서 오래 같이 가고 싶은 절친 아저씨만 여럿 계신다. 뿔뿔이 흩어져 자기 일들을 하고 있지만, 수시로 전화 한통에 달려와주는 그런 분들이다. 회사에서 계좌유치할당을 내려주었을 먼 그때, 멀리 찾아와서 계좌 개설해주고 점심까지 사주고 간 그런 사람들이다. 졸업하고 직장 때문에 처음 서울에 왔기에 가족도 친구도 변변치 않은 그 시절에 주말에 가족끼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다며 같이 가자고 해주셨던 분, 막내인 나에게 어려운 일을 스스럼 없이 맡겨 주시고 재검토도 하지 않을 만큼 큰 신뢰를 주고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르쳐 주셨던 분,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맘 편하게 살기 어려운 시기 시기가 많을 법한 나에게 대륙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좋아해주고 자랑도 하고 다니던 그런 한국인 형들이었다. 막내에게 복사, 팩스 같은 허드렛일은 절대 시키지 않고 머리 쓰는 일만 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멋진 선배들이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 늘 복권 얘기를 한다. 내가 복권을 안 사는 이유는 당첨 될까봐 라고. 나의 이 잔잔하고 긴 복의 흐름을 흐트러지게 하고 싶지 않다고, 수십억에 걸리고 나서 지금처럼 잔잔한 복의 고마움을 잊어버리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렵다고.

     

      이번 설 명절은 제대로 하극상이었다. 그믐날 느지막한 시간에 시댁에 갔더니 준비가 거의 다 되어 있었다. 저녁에 장을 봐와서 삼겹살로 간단히 차렸고, 가져간 술을 아주버님네와 신나게 마셨다. 아침에 눈떠보니 형님이랑 어머님께서 차례상을 준비하고 계셨고, 숙취가 덜 깬 나는 그 와중에 그냥 자버렸다. 조촐한 아침을 치우고, 아주버님이랑 남편이랑 눈 덮인 치악산으로 출발했다. 어렸을 때 추억이 솔솔 돋는 깊은 눈으로 덮인 산이었다. 그냥 너무 신이 났다. 쌓인 눈에 미끄러지는 것도 신나고 푹푹 빠져는 칼칼한 차가운 눈이 너무 정겨웠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들어갔더니 형님이 하루 종일 준비한 반찬을 짐으로 예쁘게 싸 주셨다.

     

      지금의 회사에서도 술 한잔 하면서 늦게까지 수다를 떨어주는 사람들, 갑자기 일이 생겨 앞뒤 다 자르고 부탁해도 흔쾌히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나의 친구이고 싶은 동료들이다.

      어떤 형이 회사에 얼마만한 애정이 있다고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 형을 보면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회사에 애정이 있다기보다는 나랑 많은 일을 같이 겪어온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동료들, 이 사람들에 대한 애정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냥, 앞으로의 20년 동안 이 회사에 몸담을 수도 있는 나의 후배들 친구들 동료들이 조금 더 낳은 환경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려고, 우리가 순간순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인사 평가도 다른 중요한 것도 없이 윗사람한데도 들이받고 싸우고 무모한 자신감을 내거는 것이 아닐까.

      유안타, 아직도 입에 잘 안 감기는 이름 이기는 하나 요즘 일을 하면서 만나는 여러 부문, 여러 층의 여러 사람이 나에게 형용하기 어려운 자신감을 준다. 이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내가 가진 모든 희망인 듯 싶다.

      ", 제가 좋아하는 분이에요"라는 말을 작년에 참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흉내 내고 싶은 사람, 나를 비롯한 많은 후배들에게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준 사람, 멀리까지 한달음에 달려가서 소주한잔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힘든 마음을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바라보고 갈수 있는 선배로 더 힘내고 더 도전하고 더 용기 내라고 징징거리기도 했다. 올해도 또 기차 타고 훌렁훌렁 떠날만한 사람들이 있고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서 소주잔 기울여주는 그런 좋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

      나에게는 내가 몸담고 있는 것의 전부인 것 같다.

      술 한잔 하시죠,라고 내가 즐겁게 매달릴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의 오늘이고 훗날의 추억이겠지.

     

      2014, 바비(유안타증권 대표)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런 작은 일화가 있었다.

      대만에서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이런저런 준비를 부탁하셨다. 호텔은 어디에 묵는지 여쭤봤더니, 호텔은 무슨 호텔, 우리 집에서 자고 갈꺼야.라고 하신다. 같이 골프도 치시고 같이 구경도, 맛집도 다니시고, 친구들과 즐거운 주말을 보내셨다. 돌아가는 날 친구분 중 한 명만 먼저 가는데 다른 친구들 일정때문에 직접 바래줄 수가 없으니, 나한테 나와서 대신 Say goodbye좀 해달라고 부탁하신다. 나중에 만나서 알았지만 그 친구분들은 대만에서 아주 오래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들이었다. 친구라는 이름이 참 정겹고 친구로 모든 시간을 함께 해주는 모습이 참 정겨웠다.

     

      사람의 외부성이라고 하는 것이 한 사람이 주변에 어떤 영향력을 주고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지를 뜻하는 것 같다. 나는 “나”라는 내가 욕심 내고 꿈꾸는 그런 사람이 나랑 함께 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늘 고민해 왔었다. 바비라는 사람을 보면서 한가지 배운 점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되 줄 수 있는 진심을 가지는 것이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라는 것이다. 직급, 나이는 직책과 역할이 다르다는 것 뿐이다. 한 명 한 명 장단점을 떠나서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위해줄 수 있는 그런 마음,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하루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야 겠다고 2017년은 새로이 다짐해본다.

     

      휴대폰을 켜면 바로 보는 것이 위쳇, 카톡이다. 거기 가득 가득 있는 것이 사람 뿐이다. 박형수 선생님께 설날의 등반 사진도 보내 드렸다. 군데군데 나의 아름다운 추억과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시간들이 널렸다. 3년 전 덜 게으를 때, 내가 기억하는 좋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써볼까 생각도 해보았다. 잠깐 끼적거리다가 그만뒀지만 중간중간 한 명씩 떠올려볼까 한다. 이 사람들이 나게 나눠준 온정들이 오늘날 마음따뜻하기를 바라는 나를 만들어준 것 같다.

     

      어떤 선배님이 문뜩, 너는 지금의 너가 맘에 드니? 물어보신 적 있다. 나는 선뜻이 대답했다. 맘에 들어요. 다시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그때처럼 잘 살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런 하루하루로 만들어진 내가 당연히 맘에 들죠.

      미래학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의 미래의 당신의 주변사람들이 결정한다고. “되, , ..”하면 되는 거고, “안되, 안되, 안되..”하면 안될 꺼라고. 나의 오늘을 만들어준 것도 나의 내일을 함께 할 것도 그 내일마저 함께 추억할 것도 다 그 “사람들”일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면서 신입 학부모들과의 공감대가 급 생겨나고 있다. 직장맘이라는 죄수복을 입은 대한민국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의 학교라는 사회생활에 먹칠이 안되기 위하여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또 운이 좋게 아직은 전혀 유난스럽지 않은 학부모들 속에 섞여 있는 것 같다. 직장 선배 초보아빠에게서 들은 그 학교 학부모들의 스토리는 가관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내가 한 한개 한개의 행동이 얼마나 고슴도치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대외 공격적인지,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건지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분명 많이 있다. 나도 그런 행동을 하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상처 받고 약하고 두려움이 많은 보호 본능 적인 반응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공격해야만 비로소 안심이 되고 상처를 주어야만 내가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얄미운 사람들이 아닌 불쌍한 사람들인 것 같다.

      행복은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도무지 받기 어려운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많이 행복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은 시기와 비난을 받을 것이 아니라 케어와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를 현실적이지 않은 줄 알면서도 바라고 또 바란다.

      그만큼, 대접 받아 마땅한 사람도 없고 비난 받아 마땅한 사람도 없으며,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이다. 고마움을 항상 알고 고마움을 항상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불려지는 것은 그만큼 그런 사람이 귀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복이 많은 나에게 찾아와 준, 그리고 내가 찾아가게 될 그런 귀한 사람들과 함께 나만의 영역에서라도 그 현실적이지 않은 바램을 계속 바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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