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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이 슬슬 연말정산을 하는 분위기다.
나는 왜 아무 생각이 없었지?
가족모임 간다고 설레이면서 선물 준비하고 하던 때가 어제 같기도 하고 아득히 먼 옛날 같기도 하다.
2008년은 나에게 행운의 한해였다.
지금의 팀에 조인하게 되었고
다시한번
제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와
그에 의한 가속도가 붙여졌던 한해이다.
아마도,
서울대 자습실과
거기로 가는 산책로가
나의 2008년을 제일 예쁘게 했던
그리고 두번다시 없을 로맨스일 것이다.
나는 해냈다.
고3의 눈먼 질주의 1개월을
완벽하게 다시 재연하면서
뭐든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거
다시 감이 잡히게 된 것 같다.
밀어주고 구박하고 지켜줬던 사람이 있어서 고맙다.
뭔가 궁금해서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는 일인지 알게 되서 참 다행이고
내 체력이 질병이 아닌 상태에서 떨어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게 되어 다행이고
머리, 몸, 정신상태, 마음
모든 것을 긍정적인 운동으로
조금씩 다져서
조금씩 나아진 내 모습을 만들어야겠다는
새로운 삶의 결심, 초심을 잡게 만들어줬던 한해이다.
중국에서는,
자기 띠 해가 안좋은 해라고
다재다난의 해라고 한다.
그래서 연초에
빨간 속옷, 빨간 벨트 등으로 새빨간 행운의 선물들을 막 받았었다.
친구들의 경험이 담긴 충고도 끈어지지 않았다.
안정을 찾고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말고
무난하게 한해를 보내라고.
나이먹은 친구들을 만나는 좋은 점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조상들이 전해 내려온 설들이라면,
어느정도는 믿어주는 편이다.
내가 스물다섯,
내 인생의 세번째 쥐띠 해를 맞아오면서 느낀거라면,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띠"라는 이름으로 조심성을 요하는 것도
좌절에 강해질 것을 요하는 것도
아마
스물다섯이라는 이 나이가
스스로 안정적이지 못하고
많은 것이 격변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기준으로 스물넷과 스물다섯을 가르고 있고 곧 스물다섯과 스물여섯을 가르게 되지만,
스물다섯으로 이름지어 부르는 이 나이가 갖고 있는 마음가짐과 의미가
아마도
과거의 나와 장차 성인으로 내 인생을 만들어갈 나 나이에서의 하나의 계곡이며 하나의 타겟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안정적으로
앞날을 바라보고 좀 더 탄력을 받아 희망을 느끼면서도
오늘에 좀 더 충실하여 실수를 줄이고 착실한 모습을 되찾는 것으로
실수도 많이 했고 많이 흔들렸지만
많이 노력했었다.
참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로운 팀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면서
같이 일하고 같이 살고
믿음과 정을 쌓아왔고
앞으로도 믿음과 정으로 같이 나아갈 자신같은 것도 서로에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한동안 지나치게 활발하던 모임에 대한 체증도 풀어주게 된 것 같고,
응어리를 풀어보겠다고 노력했던 내 마음이
나 혼자 했던 우울한척, 상처받은 척, 여러가지 응석이
제일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심하고 나빴는지
알게 한 것 같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받기를 원하던 마음이 사랑에 있어서 얼마나 여리고 무능한 것인지, 알 것 같고
사랑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워서 알 것 같고
노력하고 시험보고 떨어지고
다시 노력할 힘을 가지고
단, 해떨어지는 것 모르게 박혀 공부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검색해봐야겠지만..
생물시계,
건강,
저축,
여행,
공부,
모임,
운동,
...
많은 연초에 또박또박 적었던 목표들을 하나하나 체크해낸 것 보다,
나라는 사람을 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이해, 라는 것에 눈뜨게 된 것이, 2008년이 나에게 준
한살이라는 나이와 시간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생각없이 주절주절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의도된 총화나 정리보다는,
2008년의 이야기들이
2009년과 그 후의 나의 횡설수설에서
잔잔하게 예쁘게 구수하게
묻어날 자신을 충분히 가진다.
나는 행운을 타고난 애고,
꾸준히
나에게 속하는 작은 행운들을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게
잔잔하고 꾸준하게 끌고 갈 자신이 있다.
Naver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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