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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기
    서울살이 2008. 12. 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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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2008.12.17 (수)
    오늘날씨:
    행복지수: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어떡하면 좋아

    언니가 구정에 일본에 놀러 오라고 하는거,

    싫어, 거기는 추워, 나는 따뜻한데로 갈꺼야,

    라고 했다.

    올꺼면 준비할태니까, 미리 얘기해, 하는데,

    나 일본 안가,

    라고 하고 나서 눈물이 핑 돌아버리는 건 또 뭔지.

     

    일찍 퇴근하면 공부를 했었다.

    요즘은 들누워 리모콘으로 체널만 돌린다.

    어제 갑자기 느꼈다.

    내가 우울한거구나.

     

    참 재미있는 일이라면,

    내가 내 기분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내 몸이 어떤 것이 아픈거고 어떤 것이 정상인지를 잘 모르는 만큼.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하는 것어 옳은 것이고 좋은 것이며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

    생각하는거라고는 고작 이게 다다.

     

    아침에,

    이상하게 무릎이 많이 아프다.

    회사에 들어와서

    나를 놀려대던 차장님을 보고서야 생각났다.

    오늘 비올껀가보다.

     

    사람들은

    우울하고 약해지고 아무 생각이 안나고 뒤죽박죽일 때

    보통 뭘 할까?

    늘 하던데로,

    우울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고 하나하나 따로 빼내고 하나하나 정리해보고자 다이어리를 펼쳐들었는데,

    그것마저 하기 싫어진다.

     

    결국,

    책에 몰입하고 공부하고.

     

    언니한데,

    언니야, 나 우울해, 라고 했다가,

    화들짝 놀란 언니, 뒷수습감당하기 어려워질까봐

    나, 공부 잘 안되서 우울하고, 우울해서 공부 못하겠어, 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내가 우울하다는 말을 잘 안 믿고

    내가 우울해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줄 알고 호들갑들이다.

     

    결국,

    구정에는 언니가 서울 오기로 하고

    욱했던 내 눈물이 다시 눈거풀속에서 말라버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마냥, 오늘이 지나고 나면

    세상은 다시 밝아지고

    해가 뜨면

    광합성은 못하겠지만

    나는 다시 나를 우울하지 못하게끔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퇴근하고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따뜻한 밥상을 같이 하며

    하루 일과를 나누는 느낌이

    어떤 느낌일까?

     

    열살때쯤인가,

    추운 겨울,

    눈만 딸랑 드러내놓고, 미이라처럼 몸을 꽁꽁 싸고,

    먼 길을 자전거로 달려 집에 와보면

    대문을 들어서기 바쁘게

    밥의 고소한 향기가 느껴지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여나온다.

    엄마,

    하면서 뛰여들어가던 내 기억이

    예쁘고 아픈 모든 기억인 것 같다.

     

    창밖의 어둡고 쓸쓸한 하늘때문에,

    10년이 가도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억같은 것을 끌어내나보다.

     

    그냥,

    공부가 잘 안되니까 우울하고

    우울해서 공부를 못해먹겠고,

    그냥 그런건데.

    행복하지 않은 것도

    슬픈 것도

    전혀 아닌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날 갑자기

    엄마, 하면서 와-------------하고 울어버리는

    여느 여자애마냥,

    그냥 그렇게 우울할 뿐인데.

     

    어렸을 때

    이런 아무 일도 없는 일기를 나름 정성들여 썼었다.

    잘 모아뒀으면

    노트 두개나 세개정도는 꽉 차있을 것이다.

    그냥,

    이러루한 일기니까

    아무 미련없이 버렸다.

    쓰고 난 그 순간,

    나의 일기의 역할을 다 했으니까.

     

    다음주에 한라산등산을 하고,

    친구랑 제주도를 발로 싹 만지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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