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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형날짜:2008.12.17 (수)오늘날씨:행복지수:어떡하면 좋아
언니가 구정에 일본에 놀러 오라고 하는거,
싫어, 거기는 추워, 나는 따뜻한데로 갈꺼야,
라고 했다.
올꺼면 준비할태니까, 미리 얘기해, 하는데,
나 일본 안가,
라고 하고 나서 눈물이 핑 돌아버리는 건 또 뭔지.
일찍 퇴근하면 공부를 했었다.
요즘은 들누워 리모콘으로 체널만 돌린다.
어제 갑자기 느꼈다.
내가 우울한거구나.
참 재미있는 일이라면,
내가 내 기분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내 몸이 어떤 것이 아픈거고 어떤 것이 정상인지를 잘 모르는 만큼.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하는 것어 옳은 것이고 좋은 것이며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
생각하는거라고는 고작 이게 다다.
아침에,
이상하게 무릎이 많이 아프다.
회사에 들어와서
나를 놀려대던 차장님을 보고서야 생각났다.
오늘 비올껀가보다.
사람들은
우울하고 약해지고 아무 생각이 안나고 뒤죽박죽일 때
보통 뭘 할까?
늘 하던데로,
우울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고 하나하나 따로 빼내고 하나하나 정리해보고자 다이어리를 펼쳐들었는데,
그것마저 하기 싫어진다.
결국,
책에 몰입하고 공부하고.
언니한데,
언니야, 나 우울해, 라고 했다가,
화들짝 놀란 언니, 뒷수습감당하기 어려워질까봐
나, 공부 잘 안되서 우울하고, 우울해서 공부 못하겠어, 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내가 우울하다는 말을 잘 안 믿고
내가 우울해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줄 알고 호들갑들이다.
결국,
구정에는 언니가 서울 오기로 하고
욱했던 내 눈물이 다시 눈거풀속에서 말라버렸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마냥, 오늘이 지나고 나면
세상은 다시 밝아지고
해가 뜨면
광합성은 못하겠지만
나는 다시 나를 우울하지 못하게끔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퇴근하고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따뜻한 밥상을 같이 하며
하루 일과를 나누는 느낌이
어떤 느낌일까?
열살때쯤인가,
추운 겨울,
눈만 딸랑 드러내놓고, 미이라처럼 몸을 꽁꽁 싸고,
먼 길을 자전거로 달려 집에 와보면
대문을 들어서기 바쁘게
밥의 고소한 향기가 느껴지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여나온다.
엄마,
하면서 뛰여들어가던 내 기억이
예쁘고 아픈 모든 기억인 것 같다.
창밖의 어둡고 쓸쓸한 하늘때문에,
10년이 가도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억같은 것을 끌어내나보다.
그냥,
공부가 잘 안되니까 우울하고
우울해서 공부를 못해먹겠고,
그냥 그런건데.
행복하지 않은 것도
슬픈 것도
전혀 아닌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날 갑자기
엄마, 하면서 와-------------하고 울어버리는
여느 여자애마냥,
그냥 그렇게 우울할 뿐인데.
어렸을 때
이런 아무 일도 없는 일기를 나름 정성들여 썼었다.
잘 모아뒀으면
노트 두개나 세개정도는 꽉 차있을 것이다.
그냥,
이러루한 일기니까
아무 미련없이 버렸다.
쓰고 난 그 순간,
나의 일기의 역할을 다 했으니까.
다음주에 한라산등산을 하고,
친구랑 제주도를 발로 싹 만지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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